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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차례상 차리는 법: 홍동백서·조율이시 뜻 알아보기

읽는 시간 약 7분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추석 차례상 차리는 법에 대해서 궁금해기 마련입니다. 특히 홍동백서, 조율이시​처럼 생소한 한자어로 된 차례상 음식의 위치를 설명하는 용어를 접하게 되면 난감해지게 마련입니다. 이처럼 차례상을 차리기 위한 정확한 뜻과 유래를 모르게 되면 차례상 차리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차례상에서 기본이 되는 홍동백서(紅東白西)와 조율이시(棗栗梨柿)의 정확한 뜻과 상징적 의미부터, 차례상 차림 시 꼭 알아두어야 할 주의 사항과 예절까지 정리해 드립니다.

1. 홍동백서와 조율이시

조율이시와 홍동백서는 우리나라 제례상에서 널리 알려진 방식이지만, 모든 가정이 동일하게 따르는 절대적인 규칙은 아닙니다. 전통 제례는 가가례라는 말처럼 가정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차례상을 차릴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과일 배열 방식이 바로 홍동백서와 조율이시입니다. 전통적인 진설법에서 각 원칙이 뜻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홍동백서(紅東白西)

  • 뜻: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원칙입니다.
  • 방위 기준: 차례상에서 동쪽과 서쪽은 제주(제사를 주관하는 사람)가 상을 바라보는 기준으로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이 됩니다.
  • 음양의 조화: 전통적으로 동쪽은 해가 뜨는 곳이자 붉은색(양, 陽)을 의미하고, 서쪽은 해가 지는 곳이자 흰색(음, 陰)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붉은 사과는 동쪽(오른쪽)에 배치하고, 껍질을 벗겨 속살이 흰 배는 서쪽(왼쪽)에 배치하는 것이 전형적인 예시입니다.

조율이시(棗栗梨柿)

  • 뜻: 신위에서 가장 먼 과일 줄의 왼쪽부터 대추(棗), 밤(栗), 배(梨), 감(柿)의 순서로 놓는다는 원칙입니다. (가정이나 지역에 따라 감과 배의 순서를 바꿔 ‘조율시이’로 놓기도 합니다.)
  • 상징적 의미:
    • 대추(棗): 대추나무는 열매가 많이 맺히고 씨가 하나뿐이라, 자손의 번창과 함께 임금을 상징합니다.
    • 밤(栗): 밤 한 송이에는 알이 3개 들어 있어 3영의(영의정·좌의정·우의정)를 상징하며, 밤 씨앗은 나무로 자란 뒤에도 본래 씨앗이 썩지 않고 뿌리에 붙어 있어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을 의미합니다.
    • 배(梨): 배는 씨가 6개 있어 6조 판서를 상징하며, 황갈색 껍질과 흰 속살은 오행 중 토(土)와 금(金)의 기운을 담고 있다고 여깁니다.
    • 감(柿): 감은 씨가 8개로 8도 관찰사를 상징합니다. 또한 감나무는 감씨를 심으면 고욤나무가 되므로 반드시 접붙이기를 거쳐야 진정한 감나무가 되는데, 이는 사람도 가르침과 시련을 거쳐야 참된 인간이 된다는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 차례상 차림의 기본 배열 (5열 진설법)

차례상은 신위(위패 또는 영정)가 있는 쪽을 1열로 하여 총 5열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1열 (신위 바로 앞)
    식사류 위치입니다. 밥(메)과 국(갱), 술잔을 놓으며, 설날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을 올립니다.
  • 2열 (주요 요리)
    어동육서(魚東肉西) 원칙에 따라 생선은 동쪽(오른쪽), 고기는 서쪽(왼쪽)에 놓습니다. 또한 두동미서(頭東尾西)에 따라 생선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합니다.
  • 3열 (탕류)
    육탕(고기탕), 소탕(두부/채소탕), 어탕(생선탕) 등 3탕을 올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 4열 (반찬류)
    좌포우혜(左胞右醯) 원칙에 따라 포(육포, 북어포 등)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놓습니다. 중앙에는 삼색나물(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등)을 올려 음양의 조화를 맞춥니다.
  • 5열 (후식 및 과일류)
    앞서 설명한 조율이시와 홍동백서에 따라 과일과 조과(약과, 강정)를 배치합니다.

3. 차례상 준비 시 주의 사항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더라도 전통 예법상 차례상에 올려서는 안 되는 식재료가 있습니다.

  1. ‘치’ 자로 끝나는 생선 금지
    꽁치, 갈치, 삼치, 멸치 등 이름 끝에 ‘치’가 들어가는 생선은 예로부터 흔하거나 하급 생선으로 여겨 차례상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기, 돔, 민어 등을 올려 격식을 갖춥니다.
  2. 비늘 없는 생선 및 복어 금지
    장어, 아귀처럼 비늘이 없는 생선은 예로부터 부정하다고 보았으며, 독이 있는 복어 역시 올리지 않습니다.
  3. 붉은 팥, 마늘, 고춧가루 사용 금지
    붉은 팥, 마늘, 고춧가루, 파 등 향이 강하거나 붉은 양념은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조상님의 영혼이 편히 찾아오시도록 차례 음식은 간장과 소금으로 담백하게 간을 합니다.
  4. 털이 있는 과일 금지 (복숭아)
    복숭아는 무속신앙이나 전통 예법에서 귀신을 쫓는 나무로 여겨지므로 차례상에 절대 올리지 않습니다.

4. 차례 지낼 때 지켜야 할 주요 예절

차례는 기제사(기일에 지내는 제사)와 몇 가지 차이점이 있어 올바른 예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기제사와 차례의 차이: 기제사는 밤에 지내며 절차가 복잡하지만, 차례는 명절 아침에 조상님께 계절의 새 음식을 올리며 인사를 드리는 간소한 제례입니다. 따라서 축문을 읽지 않는 경우가 많고(무축단잔), 술도 한 잔만 올립니다.
  • 공수법(手禮): 절을 하기 전 손을 모으는 자세입니다. 평시 절을 할 때 남자는 왼손이 위로 오도록 모으고(남좌여우),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오도록 모읍니다. (단, 상례나 흉사 때는 반대로 합니다.)
  • 복장과 마음가짐: 차례를 지낼 때는 단정한 옷차림을 갖추어야 합니다. 편안한 차림이라도 모자나 슬리퍼 차림은 피하고, 조상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절을 올립니다.

5. 오늘날의 차례상 변화와 진정한 의미

최근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에서도 발표했듯, 홍동백서나 조율이시 같은 표현은 조선 시대 예서(禮書)나 문헌에 엄격히 명시된 절대적 법도가 아닙니다. 가정과 지역의 전통에 맞춰 발전해 온 관습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차례상의 형식에 너무 얽매이기 보다는, 가족 간의 화합과 조상에 대한 감사 마음을 우선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상님이 생전에 좋아하셨던 음식을 올리거나, 가족들이 함께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소박하고 정성 어린 상을 차리는 것이 현대 사회에 맞는 진정한 차례의 의미입니다.

올해 명절에는 차례상에 담긴 상징적 뜻을 되새기며, 온 가족이 화목하고 뜻깊은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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